회고는 항상 연말에 쓰거나 월말에 혼자 끄적였던 것 같다.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많았으면 최대한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쓰는게 좋은 것 같다.
이번 회고에서는 어떤 갈림길이 있었고 나는 여기서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만 간단히 돌아보려 한다.
즉, 어떤 일이 있었고, 원하는 것은 꾸준히 했는지, 뭐 하고싶은지 끄적이려 한다.
1~ 2월
연구실에서 잠깐 나와 경기도 성남 소재 기업에서 개발자로 인턴을 시작했다.
피아노를 시작했고 글또라는 글쓰기 모임에 조인했다.
3월
Node를 처음 시작했고 React에서는 Redux/saga 등 처음 사용하는 라이브러리를 많이 익혔다.
개발병 TO배정이 불안정해져 군대 문제가 다시 큰 비중을 차지했다.
5월
정보처리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을 준비하고있고, 회사로부터 정직원 제의를 받았다.
채울 학점이 얼마 남지 않아 편하게 다닐 계획이었던 4학년 1학기에 개발팀 인턴이라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는것은 당연히 힘든 일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어수선한 학교를 보니 잠깐 떠나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특히 팀과 회사가 어떤 프로세스로 돌아가는지 경험하는 것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내가 불편해서 만든 앱인데, 사용자가 1000명이 넘었다. (재설치, 업데이트를 제외하고 순수한 1000회 설치!)
Java 개발자들이 조금씩 인텔리제이나 이클립스 대신 VSCode를 사용하게 되면서, VSCode에 없는 인텔리제이,이클립스 기능을 찾기 시작했다. (나도 그랬고..)
특히 나는 테스트파일을 만들기 위해 src아래의 tree level을 똑같이 test 아래에 만들어야 하는게 불편했다.
어쨋든 이런 기류에 편승해서 1000명이나 되는 사용자가 생긴게 아닌가 싶다.
만들고 1~2달정도 사용한 뒤로 정작 나는 자바 개발이 뜸해져 내 맘속에선 잊혀졌는데,
다른 개발자분들이 내가 만든 앱을 사용하면서 Issue/email을 통해 불편한점이나 개선사항을 알려주셔서 나도 이 앱에 대한 책임감(?)이 계속 리마인드됐다.
여기서 Junit 뿐만 아니라 다양한 테스트 프레임워크/라이브러리들의 test stub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면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리뉴얼을 결심했다.
같은 VSCode Extension gitignore generator에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4월 말 경 앱을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5월에는 못했고, 6월에는 시간이 날때마다 진행할 생각이다.
두번 미뤄지고 우여곡절 끝에 정처기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코로나로 인해 1,2회차가 통합 시행돼 이번년도에 기회가 한번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컴공에서 기사시험(필기)의 위상은 리눅스마스터 2급정도 되는데, 2020년 1회차부터 전면 개편된다 했고,
난이도가 높을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필기는 공부 안하고, 실기는 2주정도 하는 형들이 많았는데,
이번 시험은 필기를 한달 전부터 공부하는분들도 보였다.
나는 회사에 다니면서 하느라 1주일정도 출/퇴근시간 지하철에서, 퇴근후 시간에, 시험 전날에 반차내고 열심히 공부했다.
열심히라는 단어를 쓰긴 했는데, "1주일"과 "열심히"라는 단어가 같이있는게 참 어색하다.
난이도가 높을거라는 얘기때문에 합격하기 힘들것같다는 생각을 하고, 합격하면 실기 공부 진짜 열심히할거라고 기도하면서 봤는데 막상 시험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1회차라 난이도 조절을 해준것 같았고, 가채점 결과 매우 여유롭게 합격했다. 실기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지..
아....모르겠다....
연구실에서는 항상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다. 연구가 재능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관심이 있었던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병역이라는 커다란 일정이 뒤로 더 미뤄지면서, 도피성으로 올라온 선택지인지 자연스레 생각난 길인지 나도 헷갈린다.
도피성으로 올라온 선택지라면 서울권 괜찮은 연구실에서 적당히 열심히 하면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내 돈,시간이나 기회비용에 아쉬운 기분이 든다.
작년 여름에 교수님께서 작성하는 연구 논문의 아이디어를 구현했는데, 이제야 그 논문이 억셉되어 곧 출판된다고 한다. 저자는 아니고 컨트리뷰터로 이름이 올라갔지만 정말 뿌듯하고 신기했다.
한편으론 10개월 전에 작업한것이 이제야 올라갔다는걸 듣고, 나는 작업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와야 동기를 얻는 스타일인데, 연구하는게 과연 내 적성에 맞을까도 생각해봤다.
2019년 하반기에는 목표가 불분명했지만, 앞에 놓여진 일을 열심히 해서인지 몇가지 일에 대해서는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낸 시기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진로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지금와서 발목을 세게 잡고있는듯 하다.
2020년 상반기는 작년에 계획한것들에서 많이 엇나갔지만, 전혀 상상도 못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것은 그 때의 상황이나 기분을 파악하지 않은 계획이기때문에 오래전에 세운 게획대로 살아가는건 힘들다.
앞으로 회고에서는 과거의 행적을 돌아보고 행적에 대한 계획보다는 방향, 단기간 목표를 설정해야겠다.
사실 대학원도 매력적인 선택이다. 회사에 남아서 깊이와 넓은 시야를 갖는것도 매력적인 선택이다. 군대만 아니면 행복한 고민을 했겠지만, 고민을 하는 내내 군대 문제가 내 옆구리를 가시처럼 쿡쿡 찔러댔다.
대학원에 바로 지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 싫었다.
기본적으로는 정보가 없고, 적성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도피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였다.
일단 회사에 남아 일을 더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대로 퇴근 후 널브려져있는 내 모습은 참기 힘들다..
최대 7개월동안 내 목표를 설정해봤다.
요새 매일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일하는만큼은 학교에서도 하고싶다.